오자기일기
녹색, 이영광 ㅡ 본문
녹색은 핏방울처럼 돋아난다
온 세상이 상처이다
먼 들판에
시내에
눈 녹는 숲에
연록의 피가 흐른다
당신 가슴이 당신을 찢고
나오려 하듯이
당신이 항거를 그치고
한덩이 심장이 되고 말듯이
녹색은 온 세상을
제 굳건한 자리에서
터질 듯 나타나게 한다
온 세상이 다시 온 세상을
정신 없이 찾아내게 한다
녹색은 녹색이 죽은 땅을 지나 여기 왔고
폭설의 계엄령을 뚫고
여기 왔고
녹색이 죽은 땅을 선 채로 해방시키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지만
당신의 아픈 대지를 흐르는 건
모두 새로 난 것들이다
ㅡ이영광, 녹색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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