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최영규, 나를 오른다 ㅡ 본문

최영규, 나를 오른다 ㅡ

난자기 2020. 8. 11. 14:13
매일같이 내 속에는
자꾸 山이 생긴다
오르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
금세 山이 또 하나
쑥 솟아오른다
내 안은
그런 山으로 꽉 차있다
갈곳산, 육백산, 깃대배기봉,
만월산, 운수봉…
그래서 내안은 비좁다
비좁아져 버린 나를 위해
山을 오른다
나를 오른다
간간이 붙어있는 표식기를
찾아가며
나의 복숭아 뼈에서
터져 나갈 것 같은
장딴지를 거쳐 무릎뼈로
무릎뼈에서 허벅지를 지나 허리로
그리고 어렵게 등뼈를 타고 올라 나의 영혼에까지
더 높고 거친 나를 찾아 오른다
기진맥진 나를 오르고 나면
내 안의 山들은
하나씩 둘씩 작아지며
무너져 버린다
이제 나는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다
나를 비울 수 있다

ㅡ최영규, 나를 오른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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