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망둥이를 낚다가, 함민복ㅡ 본문

망둥이를 낚다가, 함민복ㅡ

난자기 2020. 10. 5. 21:12
갯지렁이야 너는 망둥이 땜에 죽는다
망둥이야 너는 갯지렁이 땜에 죽는다

낚시꾼이여 미안하하지 마라
우린 잘 문다
희망의 그림자 속에서
훌쩍 뛰어오를 줄 아는
미련 없이 한 생을 던져
버릴 줄 아는 족속이다
기억력이 삼 초라고
물렸다 떨어져 다시 문다고
후후후 웃지 마라
우린 동족의 살점을 미끼로 써도
빈 바늘을 던져도 물어버린다

낚시꾼이여 미안하다
그대가 한 세상 잊고
낚으려는 세월을
기다림이 맛이라는
그 맛의 기다림을
그대가 낚기 전에 먼저 물어버려
덥석 그대를 물어 버려

 

 

ㅡ함민복, 망둥이를 낚다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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