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그 도시의 7시, 문동만ㅡ 본문
전철역 의자에 앉아
젖을 먹이는 여인이 있고
잠깐 놀랍기도 흐뭇하기도 한
표정의 사내들이
애써 눈길을 돌리던 일곱시
역전에서 만개한 어미꽃이
봉오리진 아기꽃을
지긋이 내려다보는
노란 국화분을 살 수 있었고
하루의 가장 지친 시간이었으나
무언가 가져갈 것 있던
그 도시의 일곱시
맞춤하게 배가 고프면
어묵 한 꼬치를 사먹고
그 기운으로 오르던
얕은 오르막길
비슷한 인상의 사람들이
좁은 보도블록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걷던 일곱시
골목에는 낮익은 아이들
작년 겨울 나와 눈싸움을 하던 아이들
아는 체도 모르는 체도 못하던
순한 골목 사람들
외상술을 주는 호프집을 지날 땐
친구로 튼 주인여자가 있는지 곁눈질을 부리기도 했던
ㅡ문동만, 그 도시의 7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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