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공부, 김사인 ㅡ 본문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 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ㅡ김사인, 공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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