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자전거 길, 백난작ㅡ 본문
밭일을 끝낸 아버지가
나를 번쩍 들어 자전거 뒷자리에 태웁니다
자전거가 돌부리에 덜컹거릴때마다
엉덩이를 살짝 들고
아버지 등짝에 바짝 붙어 앉습니다
담배연기 베인 땀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약한 아버지 냄새를
꽉 껴앉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패달을 더 세게 밟고 갑니다
단추가 풀어진 셔츠가 바람에 날립니다
아버지 나이가 되고 나서야
그 길에 다시 왔습니다
오래전에 멈춘 자전거를 탑니다
등뒤에 아버지를 태우고
서쪽 하늘로 달립니다
땀이 베인 낡은 셔츠를 입은 아버지가
등뒤에서 나를 꼭 껴앉습니다
주머니에 쪼그라든 청자담배갑이 등줄기를 눌러
아픕니다
이렇게 슬픈 아픔은 처음입니다
부존(부존)이 아픔만 주지는 않습니다
자전거길에 항상 서있는
아버지는
늘 즐거운 통증으로
찾아옵니다
ㅡ자전거 길, 백난작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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