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날짜변경선 , 이설야 ㅡ 본문

날짜변경선 , 이설야 ㅡ

난자기 2020. 11. 4. 20:43
바뀐 주소로 누군가
자꾸만 편지를 보낸다
이 나라에는 벌써 가을이 돌아서버렸다
매일 날짜 하나씩 까먹고도 지구가 돌아간다
돌고 돌아서 내가 나에게
다시 도착한다

 

지금 광장에서 춤추는 소녀는 어제 왔지만
나는 내일 소녀를 만날 것이다
만년 전 달려오던 별빛이
내 머리 위를 통과해갔다
그래서 오늘은 너와 헤어졌다
검은 재를 뒤집어쓰고
우리는 매일 무릎이 까진다
나에게 도착한 미래가
어제 아프다고 전화를 했다
그래,
이제 이 나라에서
입력한 날짜들을
모두 변경하기로 하자
휙휙, 나무들이 날아가고
섬들이 날아가고, 낙엽이 빗방울처럼 날아가고
날아가고, 날아가는 것들
뒤바뀐 날짜를 버리기로 하자
버리고 버려서
가슴속엔 새로운 정부를
모든 경계선을 지워가며
ㅡ이설야, 날짜변경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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