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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 백난작 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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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 백난작 ㅡ

난자기 2021. 1. 24. 22:43

 

사람들은 늘상 일어나는 일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마땅히 그러해야하기 때문에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로 여겨져
생각의 범주에 잘 들어오지 못한다
늘상 일어나는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때
그때 드디어 고민이 시작되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은 너무나 커서
나의 존재의미를 무색하게 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갑자기 중한 질병을 선고 받거나
직장을 잃거나, 사랑을 떠나보내거나 할때
모든 일상의 사소함은 사라지고
더없이 생소해진 세상과 만나게 된다
이 우연한 조우는 반드시 주체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어떻게 살것이냐?이다
선택은 자유이지만 선택의 결과에 따라
좋든 싫든 새로운 삶의 길이 열리는 것은 분명하다
이로써 주체는 각성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주체에게 '동일자'에서 벗어날 기회가 주어진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시인의 "즐거운 편지"다
나는 이 편지를 읽고 즐거움을 그다지 느낄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날 사랑이 그치더라도
사랑을 한 없이 잇닿은 기다림으로 바꾸고
그 기다림의 자세를 사소한 일상으로 삼아
즐거운일로 승화시키겠다는 화자의 의지는
사랑의 마법같아 보인다
각성된 주체는 이전보다 더 강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로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ᆢ

중차대한 일치고
진실로 중차대한 일을 잘 보지 못했느니
지금 나의 이 사소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하루다

 

www.youtube.com/embed/vToBWJj5q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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