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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백난작 ㅡ 본문

난작

발화,백난작 ㅡ

난자기 2021. 5. 15. 21:46

 

몸속에서 씨가 요동쳤다
씨표면이 달아오르고 싹이 머리를 쳐들었다
몸속의 항체가 이방인을 사정없이 공격했지만
이미 단단한 씨껍질을 뚫어버릴만큼
기세가 오른 씨의 발화를 막기는 역부족 이었다
순식간에 씨는 주변의 거점들을 접수하고
몸의 수뇌부를 점령했다
이제 몸은 씨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씨가 지시하는 명령을 신경세포는
그대로 전달받아 모든 신체에 하달했고
신체는 명령을 순종하여 즉각 시행하였다

씨는 욕망이었다
그 욕망은 가장 심층적이고 근원적인 욕망,
리비도였다
구순기이후 굳게 닫혀 있었던 욕망의 문이
열려진것이다
애초에 그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오이디프스였다
아버지에 의한 거세불안은 유년이후부터 쭉
내 정신을 길들여온
일방적인 질서였고 규율이었다
규율은 매우 엄하고 가혹해서 그것에 반하면
고난과 피폐의 사막에 던져졌다
그런 아버지에 의한 학대는
평생에 걸쳐 나의 육제와 정신에 자행되었다

씨의 기운이 온 몸에 퍼졌다
그것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을
촉발시컸다
씨는 씨의 형태를 스스로 바꾸었다
우주가 처음 만들어진 빅뱅이 이랬을까
상상할수 없는 에너지로 머리를 디밀어
지력에 저항하며 하늘로 불쑥 솟아내고야 마는
새순처럼
나의 몸속에도 불기둥이 불끈 솟아 올랐다
모든 힘에 저항하라
변화하고 변화하라
즐기고 즐겨라
그리고 죽어라
씨의 메세지는 이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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