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마지막 공부 : 놀이9, 홍윤숙 ㅡ 본문
이제 손놓고 헤어져야 한다
여기까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름다운 이름들
사랑 또는 미움으로
꽃밭도 일궜지만
여기서부턴
누구도 함께 갈 수 없는 나라
위리안치
아득한 적소의 변방이다
혼자서 가야 하는,
편지하지 마라
전화도 사절이다
나는
여기서 오래 전부터
아무도 모르는 마지막 공부에
골몰하고 있다
잊혀지고 작아지고 이윽고 부서져
사라지는 법
이 세상 마지막 공부에
땀 흘리고 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에도
땅이 울리는
이 마을에 지금 살고 있는 건
삼복 염천에 불같이 울어대는
매미뿐이다
짧은 생애 목놓아 울고 있는
매미의 애끊는 곡성뿐이다
ㅡ홍윤숙, 마지막 공부 : 놀이9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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