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염소를 찾아서, 임영조ㅡ 본문
삼십년 지난 오늘
이제야 비로소 깨닫느니
내가 염소를 내다판 게 아니라
염소가 나를
대처에 내다판 걸 알았다
간재재 넘어 삼십여 리 길
팔려가는 낌새를 알아차린 듯
거품 물고 버티며 울부짖던 염소를
판교장에 끌고 가 헐값에 팔았다
이 고달픈 生을
어디에 안녕히 부려놓지 못하고
세월의 볼모처럼 덜미 잡힌 채
날마다 헐레벌떡 끌려온 내가
굴레 쓴 염소임을 알았다
ㅡ임영조, 염소를 찾아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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