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칼국수 본문
어머니, 여름날 저녁 칼국수 반죽을 밀었다.
둥글게 둥글게 어둠을 밀어내면
달무리만하게 놓이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흰 땅.
나는 거기 살평상에 누워 별 돋는 거 보았는데
그때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 어흠 걸터앉으며
물씬 흙냄새 풍겼다 그리고 또 그렇게
솥 열면 자욱한 김 마당에 깔려……아 구름 구름밭,
부연 기와 추녀 끝 삐죽히 날아 오른다.
이 가닥 다 이으면 통화가 될까.
혹은 긴 긴 동앗줄의 길을 놓으며
나는 홀로 무더위의 지상에서 칼국수를 먹는다.
- 칼국수, 문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