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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난자기 2021. 11. 16. 16:43

 

어머니, 여름날 저녁 칼국수 반죽을 밀었다.

둥글게 둥글게 어둠을 밀어내면

달무리만하게 놓이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흰 땅.

나는 거기 살평상에 누워 별 돋는 거 보았는데

그때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 어흠 걸터앉으며

물씬 흙냄새 풍겼다 그리고 또 그렇게

솥 열면 자욱한 김 마당에 깔려……아 구름 구름밭,

부연 기와 추녀 끝 삐죽히 날아 오른다.

 

이 가닥 다 이으면 통화가 될까.

혹은 긴 긴 동앗줄의 길을 놓으며

나는 홀로 무더위의 지상에서 칼국수를 먹는다.

 

 

 - 칼국수, 문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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