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고산에 걸린 달 본문

고산에 걸린 달

난자기 2021. 11. 12. 14:07

 

축전이란 말이 설핏한 비감으로 다가오는 고산생가, 초승달이 걸렸다 高山이 孤山인 줄 눈치 챈 사람끼리 멍울진 가슴을 맞대고 점층법으로 밀물진다 먹물처럼 번지는 외로움 고봉으로 안아 월궁을 짓겠다? 준령을 가슴에 앉히려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겠으나 비워지지 않는 뚝심이 가파른 산을 오른다 얽히고설킨 길, 우뚝한 능선 하나 아름답게 걸던 사람들은 다 앞서 갔다 남은 자들만 모르는 길을 더욱 깊게 하는 밤, 고산에 걸린 달이 차겁게 맑다 달 속 여의주가 박힌 현인의 눈 짚힐듯 말듯 하였다 이미 오래 전 경전을 작파하고 달 속으로 들어간 사람, 나오지 않는다 땅 위의 집들은 이지러지며 그 이유를 쓴다 풀벌레가 애면글면 어둠을 우는데,
알 것 없다 산중의 어부가 고기를 낚아 무어하려고? 그저 五友나 벗하며 사시를 견디게! 가벼운 헛기침 시치미로 떼시며 어른께서 다 오른 고산을 사뿐사뿐 내려오신다
짊어진 달이 한 살이다

 

ㅡ이인주, 고산에 걸린 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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