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도다리 / 문인수 본문
대형 콘크리트 수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 겨우 알겠다
흐린 물 아래 도다리란 놈들
납작납작 붙은 게 아닌가
큰 짐승의 발자국 같은 것이
무수히 뚜벅뚜벅 찍혔다
바다의 끊임없는 시퍼런 활동이,
엄청난 수압이 느리게 자꾸 지나갔겠다
피멍 같다 노숙의 굽은 등
안쪽 상처는, 상처의 눈은 그러니까 지독한 사시 아니겠느냐
들여다 볼수록
침침하다 내게도 억눌린 데마다 그늘져
망한 활엽처럼 천천히
떨어져나가는, 젖어 가라앉는, 편승하는
底意가 있다
당신의 비애라면 그러나
바닥을 치면서 당장, 솟구칠 수 있겠느냐,
있겠느냐
ㅡ문인수, 도다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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