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팬티와 빤스 / 손현숙 본문

팬티와 빤스 / 손현숙

난자기 2021. 11. 29. 18:19

 

외출을 할 때는 뱀이 허물을 벗듯
우선 빤쓰부터 벗어야 한다
고무줄이 약간 늘어나 불편하지만, 편안하지만,
그래서 빤쓰지만
땡땡이 물무늬 빤쓰

집구석용 푸르댕댕 빤쓰는 벗어버리고
레이스팬티로 갈아입어야 한다
앙증맞고 맛있는 꽃무늬팬티
두 다리에 살살 끼우면
약간 마음이 간지럽고 살이 나풀댄다
나는 다시 우아하고 예쁜 레이스공주

밖에서 느닷없이 교통사고라도 당한다면
세상에, 땡땡이 빤쓰인 채로
공개되면 어쩌나
비싼 쎄콤장치로
만약의 위험에 대비하듯
유명 라펠라 팬티로
단단한 무장을 한다

오늘 바람이라도 살랑, 불라치면
혹시라도 치마가 팔랑, 뒤집힌다면
나 죽어도 꽃무늬 레이스로
들키고 싶다

 

 

ㅡ손현숙, 팬티와 빤스ㅡ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산 / 황지우  (0) 2021.12.17
뼈아픈 후회 / 황지우  (0) 2021.12.02
도다리 / 문인수  (0) 2021.11.24
여우비 / 이인원  (0) 2021.11.23
칼국수  (0) 202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