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새떼에게로의 망명 / 장석남 본문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이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ㅡ장석남,
새떼에게로의 망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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