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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들 / 안도현 본문

곡선들 / 안도현

난자기 2022. 4. 23. 15:04

 

추어탕집 양동이에
미꾸라지들이 우글거린다
진흙뻘 속을 파고들 때처럼
대가리 끝에 꼿꼿이 힘을 주고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우글우글,

몸부림쳐도
파고들어가도
뚫지 못하는 게 몸인가
양동이에는
미끄러운 곡선들만 뒤엉켜
왁자하게 남는다

그 곡선들 위에
주인여자가 굵은소금을
한줌 뿌린다
그러자 하얀 배를 뒤집으며,
소금과 거품을 뱉어내며,
수염으로 제 낯짝을 치며,

잘도 빠져나가는 생애를
자책하는지
미꾸라지들은
곧바로 몸에서
곡선을 떼어낸다
그러고는 축 늘어져
직선으로 뻣뻣하게 一字로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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