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곡선들 / 안도현 본문
추어탕집 양동이에
미꾸라지들이 우글거린다
진흙뻘 속을 파고들 때처럼
대가리 끝에 꼿꼿이 힘을 주고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우글우글,
몸부림쳐도
파고들어가도
뚫지 못하는 게 몸인가
양동이에는
미끄러운 곡선들만 뒤엉켜
왁자하게 남는다
그 곡선들 위에
주인여자가 굵은소금을
한줌 뿌린다
그러자 하얀 배를 뒤집으며,
소금과 거품을 뱉어내며,
수염으로 제 낯짝을 치며,
잘도 빠져나가는 생애를
자책하는지
미꾸라지들은
곧바로 몸에서
곡선을 떼어낸다
그러고는 축 늘어져
직선으로 뻣뻣하게 一字로
눕는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앞날 / 이성복 (0) | 2022.05.15 |
---|---|
달나라의 장난 / 김수영 (0) | 2022.05.02 |
시가 내게로 왔다 / 파블로 네루다 (0) | 2022.04.10 |
유방 / 문정희 (0) | 2022.04.10 |
러브호텔 / 문정희 (0) | 2022.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