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봄 본문

난자기 2023. 3. 9. 08:02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ㅡ이성부, 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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