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얼룩에 대하여 본문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 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
적막에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
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
맑게
노래를 부르다 가야 하리
ㅡ장석남, 얼룩에 대하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