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기다림 본문
기다림이 쌓여
가로등 하나 서 있다
기다림보다 길고
기다림보다 강한
가로등 하나
그 밑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등불이 내려
몇 십년 기다려 왔던 것이
또 몇 천년 기다려 갈 것을
충혈된 눈동자로 비춘다
세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쓰린 세월은 더욱 쓰라리고
아픔 보이지 않는다
가로등 하나
그 밑에
아아 평생이 보일 뿐이다
가로등 하나 서 있다
그 밖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ㅡ김정환, 기다림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