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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3) / 박작당

난자기 2015. 12. 31. 11:42

연어의 회귀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회귀의 방법은 태어난 곳의 물의 냄새를 기억하여 그것을 반추하여 돌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왜 굳이 가까운 강을 두고 태어난 그 먼 고향을 향해 회귀하는지 진화학적으로는 해석이 불가한 미스터리다

 

어쨌든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타고 났기 때문이다

타고난 회귀성이라는 숙명을 기꺼이 감수한 채 그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른다

피곤해도, 역량이 부족해도 그 회귀의 대열에 동참한다

그들에게는 자유의지가 없다

그들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본능적인 지향뿐이다

지향은 태어난 강과 연어 사이를 흐르는 파동이다

그 파동은 단절되지 않는 파동이다

설사 힘든 여정에 지쳐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끊어지지 않는 것을 끊어 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으니까,

인간은 필요하다면 자기까지도 부정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니까

 

연어와 인간의 차이는 그런 착각을 연어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독자적으로 자유의지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

 

저번에도 말한 바가 있지만 세상의 본질은 파동이다

시간과 공간과 모든 만물은 단절되지 않고 흐르는 것이다

그것을 MRI 단층 촬영하듯 끊어서 관찰하려 하면 그 순간 세상은 입자로 변해 버린다

(내가 보낸 양자역학 동영상을 기억하는가?)

본질은 사라지고 토막 난 신호들만 어지러이 떠다니는 세상 속에 놓여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러한 속성을 가졌으니 이걸로 묶고,

이것은 이렇게 명명하기로 하자

해석과 분류와 명사화 함으로서 흐름이 단절된, 생략되고 간소화 된 띄엄띄엄한 세상을 사는 것이다

이제 복잡하고 끈적 끈적거리는 것은 싫은 것이다

생략과 생략 사이에 개별과 임의와 익명의 선이 마구 그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세상에 길들여져 있다

그리하여 거기에 익숙해진 누군가는 어젯밤 이렇게 말한다

“관계…피곤하다

개인의 피곤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관계나 참여가 그리 절실한 건가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은 역량의 부족 정도로 봐주면 되는 거 아인가

부족한 것을 탓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삶도 하나의 삶인 것이다

 

나태나 미망이 역량의 부족이라는 변으로 덮어질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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