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얼굴 / 정복여 본문

얼굴 / 정복여

난자기 2016. 4. 22. 18:03

사람들 얼굴도
그런 눈 내리는
남극의 얼음산 같아
오래된 얼굴일수록
수많은 '지금'의 공기들이
촘촘히 층을 이루다
그 두께에 언뜻
어떤 무늬가 비치는데
그때 그것이 바로
우리의 표정이라고 하는 것, 다시 말하면 공기 화석,
흐리거나 개인 공기, 바람이나 진눈깨비, 뙤약볕 세상이 내려 쌓이고 그 세상들 녹지 못해 그대로 굳어버린
옛 지금들의 화석층이지
그러니까 우리들의 표정은
누군가의 지나온 시간을
총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과학적 고증자료인 셈인데
정작 사람들은 제각기
쌓인 얼굴이 너무 높아서
다른 누군가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그러한
발굴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ㅡ정복여, 얼굴ㅡ





[작작이]

나는
전적으로 얼굴이며,
그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비온다



[작당이]

내가 아는 한 놈은 오십 넘도록 술담배, 세파에 찌달려서
얼굴색이 푸리딩딩 푸딩같이 흐물흐물거렸는디
이 자슥이 변검술을 익혔는지
어느 날 얼굴이 환해져가꼬 나타난기라...
"얼굴에 웬 사술을 부렸는가 자네 얼굴이 와이리 보기좋노?"
물으니 이 노마가 하는 말
"귀가 순해지고 입을 정갈하게 하니까 얼굴이 변하더라"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네
"*까!"
그 놈이 껄껄 웃더니 하는 말,
"점 빼고 주름 뺏다. 돈으로 처바르니 얼굴은 변하는데 표정이 딱딱해 져 부렸다. 내 얼굴에 새겨진 내력을 숨길려고 하니 그또한 사깃군이렷다"

생긴대로 사는거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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