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어느 여행 / 백난작 본문
해가 부른다
어머니가 잃어버린 아이를 찾듯
뜨거움으로 나너를 부른다
고단한 여름의 끝
밤도 뜨겁다
몸은 바람에 흩날려
어느새 갈매기보다 높이 날아 오른다
기체가 되어 느끼는 이 자유로움
어머니의 자궁속을 헤엄치 듯
평온하다
다시 물질로 얽매이고 싶지 않다
날자, 날자, 날아오르자
어딘지도 모르는 세계라도 좋다
꿈속이어도 좋다
천둥소리에 잠이 깬다
먹구름이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우두둑 우두둑몸이 다시 빗물로 태어나고
곧 깊이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한다
끝이 말리기 시작한 잎새들은
자기위에 시체처럼 쓰러지는 나를
온 몸으로 받아낸다
몸의 파편들이 서로 뒤엉킨다
비탈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 날개는 없다
내가 있는 곳은 땅의 가장 낮은 곳이다
기어서 가자
낮은 곳, 더 낮은 곳
낮지만 가장 넓은 그 곳
어머니의 땅, 바다로
가다가 힘이 들면
엉겅퀴 뿌리에라도 잠시 쉬어 가련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여우가 목말라 하거든
그의 목구멍에도 머물러 주련다
나를 업수이 여기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의 넓은 들을 휩쓸고 지나가련다
다만 멈추지 말아야 한다
나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도 안다
거기로 가야 하는 이유를..
사람들은 불과 물과 나무와 쇠에 대하여
해와 달과 별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나는 善 가운데서도 上善이요
생명이다
하늘과 땅을 쉼없이
방랑하는 운명을 슬퍼하지 마라
그것으로 나는
바위보다 강하고 위대하다
사람들은 나를 물이라 부른다
어느 여행 / 난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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