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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 해봐, 언니 / 김인희 본문

한점 해봐, 언니 / 김인희

난자기 2017. 11. 10. 11:20

한점 해봐, 언니,
고등어회는 여기가 아니고는
못먹어, 산 놈도 썩거든,
퍼덩퍼덩 살아 있어도 썩는 게
고등어야, 언니, 살이 깊어 그래, 사람도 그렇더라, 언니,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썩는 게 사람이더라, 나도
내 살 썩는 냄새에 미쳐, 언니,
이불 속 내 가랑이 냄새에
아주 미쳐, 마스크 속 내 입 냄새에 아주 미쳐, 언니,
그 냄샐 잊으려고 남의 살에
살도 섞어도 봤어, 이 살 저 살
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던
살이 되는 건 금세 금방이더라,
온 김에 맛이나 한번 봐, 봐,
지금 딱 한철이야, 언니,
지금 아님 평생 먹기 힘들어,
왜 그러고 섰어, 언니,
여태 설탕만 먹고 살았어?

ㅡ김언희, 한점 해봐, 언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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