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벚꽃십리 / 손순미 본문

벚꽃십리 / 손순미

난자기 2018. 4. 19. 21:38

십리에 걸쳐
슬픈 뱀 한 마리가
혼자서 길을 간다
희고 차가운 벚꽃의
불길이 따라간다

내가
얼마나 어두운지
내가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주려고
저 벚꽃 피었다

저 벚꽃 논다

환한 벚꽃의 어둠
벚꽃의 독설,

내가
얼마나 뜨거운지
내가
얼마나 불온한지
보여주려고
저 벚꽃 진다

ㅡ손순미, 벚꽃십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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