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흔들린다 / 함민복 본문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다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ㅡ함민복, 흔들린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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