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말들의시간 / 이건청 본문
사람들은
말들을 모른다.
그 많던 말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초록을 밟으며
달리던 완강한 말굽과
바람에 날리던 갈기,
힘찬 박동의 숨소리까지,
지축을 울리며
화염을 향해 달려가던
그 많던 말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아니, 자신들이
그 많던 말들의
주인이었고,
그 말들 속에 섞여 초록들판에서
앞다리를 들어 올리며
큰 소리로 울던
푸른 말들이었음을
까아맣게 잊었다
사람들이 말에 대해
아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사람들은
말을 잊은 지 오래다
ㅡ이건청, 말들의 시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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