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굿모닝 산타클로스 / 백난작 본문
붉은 옷에
흰수염 아저씨
눈 내리는 겨울밤
썰매 타고
몰래 굴뚝으로 온다는
펑퍼짐한 그 아저씨
해마다
긴 긴 겨울밤을
뜬눈으로 지새다
꼭 당신이 오기 바로 전에
잠들곤 했지요
인기척이라도 바랬지만
늘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가버렸어요
긴 기다림은
스쳐 지나가는 당신이 있음에
더욱 길어지고
다시 온다는 믿음을 매달아 놓았지요
당신은 항상 울지말라고 했어요
우는 아이
선물을 안 준다고 했지요
선물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당신의 집에 붙들려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말을 따르려 했어요
이것을 신념이라 할까요
저기 흰 눈위로
발자국이 지나갔어요
믿음도 아닌
기다림도 아닌
누군가의 생(生)이지요
간밤의 허기에 먹이를 찾으러 나온 큰 고니 일까요
눈꽃에 반해 뛰쳐나온 하늘다람쥐 일까요
아니면
늦도록 술 마시다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가장의 다급한 발자국 일까요
장차 썰매타고 오실 이여!
끝없이 눈길에 미끄러지실 이여!
당신의 알리바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더는 굴뚝으로 다니지 마세요
초인종을 힘껏 눌러 보아요
나는 잠에서 깨어
당신을 환대할 거예요
굿모닝 산타클로스!
- 굿모닝 산타클로스, 백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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