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웃고, 울고, 사랑하며 / 백난작 본문
강보에 싸인 갓난 아기가
조막만한 얼굴을 일그린다'
보는 이는 귀엽게 보지만
아기는 심각하다'
배가고프기 때문에
엄마가 알아채지 못하면
금붕어 입같은 입을 활짝 열고
먹을 것을 넣어 줄 때까지
소리쳐 운다
보는 이들은 그것마저 귀엽게 보지만
아기에게는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 아기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전부다
생존하기 위해
솔직하게 단순하게 한결같이
소리쳐 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생존하기 위해
외롭고 외로와도
그렇지 않은 척 했고
슬퍼지면 속으로 삼키고 삼켜
눈물 한방울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 했다
기뻐도 어께들석이며 신나게
노래 한 번 흥얼대지 못했다
화가 나면 참으라 참으라고만 배웠다
외로와도 슬퍼도 울지 않겠다던
캔디는 잘 살고 있을까
오늘은 낮부터 비가 내린다
"내가 선택한 사랑의 끈에 나의 청춘을 묶었다 .."
백년의 약속을 따라 부르다
눈가 가득 빗물이 고였다
앙상한 두 빰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갓난아기가 우는 울음이다
아득히 말라버린 눈물샘이
그 솔직함으로
그 단순함으로
넘쳐 흘러 강물이 되었다
스스로 갇혀 버린 사막에서
생존의 오아시스를 보았다
- 백난작 / 웃고, 울고, 사랑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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