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늙은 코메디언 / 문정희 본문
코미디를 보다가
와락 운 적이 있다
늙은 코미디언이
맨땅에 드러누워
풍뎅이처럼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그만 울음을 터뜨린
어린 날이 있었다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코미디를 보고 운다고...
그때 나는 세상에
큰 비밀이 있음을 알았다
웃음과 눈물 사이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어두운 맨땅을 보았다
그것이
고독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그런 미흡한 말로
표현되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 맨땅에다
시 같은 것을
쓰기 시작했다
늙은 코미디언처럼
거꾸로 뒤집혀
버둥거리는
풍뎅이처럼
ㅡ문정희, 늙은 코메디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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