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패배는 나의 힘 / 황규관 본문
어제는 내가 졌다
그러나 언제쯤
굴욕을 버릴 것인가
지고 난 다음
허름해진 어깨 위로
바람이 불고,
더 깊은 곳 언어가
닿지 않는 심연을 보았다
오늘도 나는 졌다
패배에 속옷까지 젖었다
적은 내게 모두를
댓가로 요구했지만
나는 아직
그걸 못하고 있다
사실은 이게
더 큰 굴욕이다
이기는 게 희망이나
선(善)이라고
누가
뿌리 깊게 유혹하였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싸움을 맞는 일
이게 승리나 패배보다
먼저 아닌가
거기서 끝까지 싸워야
눈빛이 텅 빈
침묵이 되어야
어떤 싸움도
치를 수 있는 것
끝내 패배한 자여,
패배가 웃음이다
그치지 않고
부는 바람이다
ㅡ황규관,
패배는 나의 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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