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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후 / 곽효환 본문

사랑 그 후 / 곽효환

난자기 2018. 12. 23. 17:35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한때는 단단했으나
조금씩 녹아
어느새 부유하는
유빙의 위태로운 미련을
뙤약볕 아래
홀로 남아 끝내 시들고 만
풀 한 포기, 그 불모의 고요를
잠 못 드는 밤
격랑이 일고
폭풍이 지난 뒤의 폐허를
그 후에
밀려오는 것들을

낮과 밤의 길이를
몸으로 느낄 때 마침내
꽃을 피우는 식물들의
광주성光週性처럼
빛과 그늘의 길이를
그 분계를
아슬아슬하게
혹은 아프게
넘나들어본 사람만이 안다
사랑은 빛의 길이에 따라
오고
또 가는 것임을

ㅡ곽효환, 사랑이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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