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산산조각 / 정호승 본문

산산조각 / 정호승

난자기 2019. 2. 14. 15:07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산산조각, 정호승-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슬의 눈 / 마종기  (0) 2019.02.19
완경 / 김선우  (0) 2019.02.17
아침마다 거울을 / c전양희  (0) 2019.02.13
개여울 / 김소월  (0) 2019.02.08
개미 한 마리 / 허형만  (0) 2019.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