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나의 에덴 / 이병일 본문

나의 에덴 / 이병일

난자기 2020. 4. 2. 20:28





아무도 닿은 적이 없어
늘 발가벗고 있는 깊은 산,
벌거벗은 아흔아홉 개의 계곡을
가진 깊은 산에 홀리고 싶어
아흔아홉 개의 빛을 가진 물소리를 붙잡고 싶어

산부전나비 쫓다가
무심하게 건드린 벌집,
나는
또 캄캄하게 절벽으로 밀리고
급기야 날숨 희어질 때까지
물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바위 그늘 밑 어스름을 좋아하는 모래무지가 되었다

도깨비불과 접신하기 좋은
나의 에덴! 깊은 산으로 가자,
미친 것들 푸르러지고,
죽은 것들 되살아나는
깊은 산으로 가자,
산빛에 젖어갈수록
나는 감감해지고
그림자는
쓸데없이 또렷해진다

ㅡ이병일, 나의 에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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