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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작, 여름이 탄다 ㅡ 본문
난작
백난작, 여름이 탄다 ㅡ
난자기
2020. 7. 19. 20:53
어느 게으른 봄날
햇볕 잘 드는 마당 한 켠에
치기어린 베롱나무 한 그루 심었는데
삼복이 다 되도록 싹눈 하나 틔우지 못하고
텅 빈 하늘만 우두커니 쳐다보는
네 당당한 모습에 지쳐
몇 번이고 뽑아 버릴까 하다가
이제까지 싹 한번 제대로 피워본 적 없는 너나 나나
피차 일반이다 싶어
거름을 부어주고
약해지지 말라고 포기하면 안된다고
우리 어머니처럼 말하게 되더라고
정말 견디기 힘든 건
한 줄기 바람과 한 줌 햇볕으로도
세상 꽃들은 잘도 피어나
자지러지는데
시샘도 없는지 배알도 없는지
여전히 얼음같은 너를 보는 것
아직도 잠속에서
나무가 되는 꿈을 꾸는 거니
삶과 죽음 그 흐릿한 경계를 헤메다
물 위로 떠 오른 오필리아의 주검을 위해
차가운 강가에 서서
그의 꽃이 되고 싶은 거니
속절없이 여름이 탄다
ㅡ 백난작, 여름이 탄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