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이영광, 방심ㅡ 본문
그는 평생 한 회사를 다녔고,
자식 셋을 길렀고
돈놀이를 했다
바람피우지 않았고
피워도 들키지 않았다
방심하지 않았다
아내 먼저 보내고 이태째
혼자 사는 칠십대다
낮술을 몇 번이나 나누었는데
뭐 하는 분이오, 묻는 늙은이다
치매는 문득 찾아왔고
자식들은 서서히 뜸해졌지만,
한번 오면 안 가는 것이 있다
그는 이제 정말 방심하지 않는다
치매가 심해지고 정신이 돌아온다
입 벌리고 먼 하늘을 보며, 정신이
머리 아프게, 점점 정신 사납게,
돌아온다 그는 방심이 되지
않는다 현관에 나앉아 고개를 꼬고,
해가 떠나면 구름이 다가올 뿐인
먼 하늘에 꽂혀 있다
꽃 지자 잎 내미는 산벚나무 그늘 밑
후미진 꽃들에 들려 있다
그는 자꾸 정신이 든다
평생의 방심이 무방비로 지워진다
한번 오면 안 가는 것이 있다
저녁에 퇴근하는 내게 또 담배를 빌리며
어제 왔던 자식들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뭐 하는 분이오? 침을 닦으며,
결코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ㅡ이영광, 방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