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고영민, 망종ㅡ 본문
-망종풍경(이억영)-
당신을 땅에 묻고 와
내리 사흘 밤낮을 잤네
일어나 반나절을 울고
다시 또 사흘 밤낮을 잤네
하릴없이 마당을 쓸고
더덕밭을 매고
뒷목을 긁고
흙 묻은 손바닥을
일없이 들여다보다
또 손톱 하나를 뽑고
당신을 생각하는 이 계절은
붉거나 노랗거나 혹은
그 가운데쯤의 빛깔 업듯
새끼 사슴을 안고
꽃나무를 나서는 향기처럼
신발을 끌며
마을 입구까지
길게 걸어갔다 왔네
인중이 긴 하늘
선반엔 들기름 한 병
ㅡ고영민, 망종ㅡ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다.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으니 이를 경계하는 뜻도 담고 있다.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망종까지는 보리를 모두 베어야 빈터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할 수 있다. 또 이 시기는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매화가 열매 맺기 시작하는 때이다. 모내기와 보리베기가 겹치는 이 무렵에는 보리농사가 많은 남쪽일수록 더욱 바쁘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일년 중 제일 바쁜 시기이다. 비가 끊임없이 내리며, 농가는 모내기 준비로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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