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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행 ㅡ 본문

청산행 ㅡ

난자기 2020. 6. 26. 12:38
손 흔들고
떠나갈 미련은 없다
며칠째 청산에 와 발을 푸니
흐리던 산길이 잘 보인다
상수리 열매를 주우며
人家를 내려다 보고
쓰다 둔 편지 구절과
버린 칫솔을 생각한다
南方으로 가다 길을 놓치고
두어 번 허우적거리는 여울물
산 아래는 때까치들이 몰려와
모든 野性을 버리고
들 가운데 순결해진다
길을 가다가
자주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서른 번 다져 두고
서른 번 포기했던 관습들
서쪽 마을을 바라보면
나무들의 잔 숨결처럼
가늘게 흩어지는 저녁 연기가
한 가정의 고민의 양식으로 피어오르고
生木 울타리엔 들거미줄
맨살 비비는 돌들과 함께 누워
실로 이 세상을
앓아 보지 않은 것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ㅡ이기철, 청산행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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