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고요한 싸움 ㅡ 본문
버드나무 아래서
기다래지는 생각
버드나무는 기다리는 사람이
타는 그네
참새 무덤을 만든 사내가
죽음으로부터 멀어지고
새가 되려다
실패한 고양이의 눈 속엔
비밀이 싹튼다
허방과 실패로부터 도망가는
지네의 붉은 등
소문이 무성해지는 힘으로
봄은 푸르고
변심을 위해 반짝이는 잎사귀들이
버드나무를 무겁게 누르는 오후
여름은 승리가 아니다
흔들리는 것은
죽은 참새와 그네 위
기다래지는,
생각
버티어야 할 것은
버틸 수 없는 것들의 등에 기대
살기도 한다
ㅡ박연준, 고요한 싸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