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산책길의 몽상 / 백난작 본문
그는 늘 혼자다
밥먹는 시간외에는 혼자 침대머리에
앉아있거나 잠을 자거나 빨래를 한다
어떤때에는 혼자 마당에 서 있다가
놀란 고라니처럼 껑충껑충 제자리 뛰기를
하다 자기 방으로 다시 들어 간다
그 많은 시간동안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시간의 흐름을 의식할까
외로움을 느낄까
뇌속에 저장된 기억은 어떤 것일까
그를 사로잡는 욕망은 대체 무엇일까?
마당에 혼자 있는 그가 눈에 보였다
그도 상큼한 봄냄새를 느꼈는지 고개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에게 다가갔다. 봄빛은 오전인데도 따듯했다
평소보다 경계가 허물어진 눈빛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집마당을 벗어나는 것을 싫어 했던그의 생각을 깨고싶어 젔다
그의 손을 지긋이 잡고 천천히 집앞마당을 벗어나
근처 마을로 가는 소로로 향했다
평소와 달리 거부감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산책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밖으로 나가 잠시 바람이나 쐴려고
했는데 윗쪽 마을을 돌아오는 제법
멀고 낮선 산책길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렇게 된데에는 봄이 주는 생동의 기운이
단단히 한 몫 한듯 싶었다
산책길은 인적도 없는 농로길로 오래전에
시멘트로 포장되어 골재가 드문드문 드러나
있고 이끼가 자라나 거뭇한 곳도 있었다
야트막한 뒷산에 내리 쬐는 봄볕에 눈이 약간
부시기도 했고 개울에는 겨울가뭄에도 졸졸
거리며 물고기를 불러 모으고 있었다
산촌에 봄이 신기한듯 그의 표정은 꽃잎처럼
열러서 신선한 공기를 빨아들였고
입가에는 입소 후 처음 봄직한 미소가 머물고 있었다
잘데리고 나왔구나 싶었다
실은 나도 겨우내 움추렀던 근육이 풀어지는것
같았고 논두렁 밭두렁에 돋아나는 초록과
이름을 알수없는 풀꽃들과 새소리 물소리에
정신을 놓고 있었던 터라 그의 손을 놓고 있는 줄도 몰랐다
손이 떨어지자 그는내 손을 찾아 움켜잡았다
마치 길을 잃었다 다시 찾은 아이처럼
그렇게 다시 쥐어진 그의 손에서 그가 느껴졌다
그도 그랬을까?
이후 한동안 손을 놓지 않고 길을 걸었다
그렇게 마을 어귀를 한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른 봄날 우연하고 짧은 산책길이
나의 마음길에 닿고 있음을 느꼈다
그에게도 그런 길이 되었기를 바라며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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