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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람 / 백난작

난자기 2022. 3. 11. 21:27

 

밤마다
홀로 행간으로 들어가
새벽을 여는
사람아

 

아침이면
그대가 부어주는 노래가
이슬처럼 정수리를 적셨나이다

 

일찌기 나는

노래를 모르는 짐승이었고
새벽이슬에 젖지 못하는

돌이었으니
어찌 사람을 알 수 있었으리오

 

세월이 구비쳐 흐르는 동안
그대가 보내준 시와 시어들 사이에서
팍팍한 꽃 피어났나니
그대 영혼의 입김 때문이리라

 

비로소 사막에서도 쓰러지지 않을
쌍봉낙타의 두 혹을 가지게 되었으니
시와 사람이라

 

그대
밤마다 불 밝혀 시를 찾아 헤맨 노고를
우정이라 부르리이까
나는 우정을 빚진 자니
그 빚 어이 다 갚으리오

 

사람이 시가 되고
시가 세상 가득 채워지는 날까지

그대와

시를 노래하고 싶을 뿐이라네

 

 

 

-.작작선생에 바치는 헌사(獻辭). 202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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