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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예술과 기술

난자기 2015. 12. 18. 17:20

필자가 만나 본 일군의 탁월한 투자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90년대말 IT주 열풍을 타고 주식시장에서 크게 늘어난 자신들의 자산에 대한 재투자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중의 한 부류는 주식시장이 과도한 저평가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다시 주식시장에 재투자 할 것을 주장했고, 또 다른 한 부류는 비록 저평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에는 아직 미흡하므로 저금리시대에 합당한 부동산 투자를 할 것을 주장 했다.

 

그들의 의견은 서로 팽팽하게 맞섰고 두 그룹의 의견은 한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한사람의 멤버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발언은 좌중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 국방전략의 변화를 주목 할 시점이다, 미군의 해외배치 전략의 변화를 가볍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지금 해외배치 미군은 후선배치가 기본 전략이다. 미군은 후선에서 대기하다가 전선에 투입되는 신속대응군 위주로 재편 될 것이고, 개전시 일선 미군이 즉각적으로 피해를 입는 기존의 전략은 폐기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유럽의 미군이 후방으로 배치되는 현상은 겉으로는 민족주의의 영향으로 물러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군의 기본 전략의 변화이다.

 

만약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논쟁이 일 수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바로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의 미군은 “인계철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전략은 기본적으로 미군의 생명을 담보로 타국의 방위를 책임지는 형태로서 가장 심각하게 논의 될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휴전선의 미군이 후퇴 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전방 미군 뿐 아니라, 용산의 미군기지 역시 후방 배치가 필수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미군의 관점에서는 북한군 방사포가 불을 뿜는다는 가정에서 용산미군기지 역시 인계철선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사회분위기도 미군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미군은 이런 분위기를 명분으로 내세워서 반드시 후방으로 물러 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군은 어디로 갈까? 이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미군이 빠진 지역은 어떤 식으로 변화 될까? 이것이 두 번째 핵심이고, 그 시점이 온다면 언제일까? 이것이 세 번째 핵심이다.’

 

좌중은 그의 주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다만 시점에 대해 더 많은 보충 설명을 요청했다.

 

그때부터 이 그룹들은 “제인연감 (Jane年鑑)”을 뒤지며, “인계철선 (trip wire)”라는 단어를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은 주한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 및 감축하며 주한미군은 궁극적으로는 주한 미공군으로 대치하며 동아시아 전략차원에서는 알레스카의 엘먼도르프에서 일본, 그리고 괌을 잇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호주군을 연합군으로 편성하는 전략으로 바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한미육군은 반드시 재배치가 필요하고 이로서 한국의 인계철선 역할로만 제한되어 있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인다’는 기본적인 전략개념을 이해했다.

 

실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반미감정이 높아지면서부터, 2000년 10월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주도해 초당파적으로 작성한 ‘아미티지 보고서’에는 주한 미 지상군 감축 때문에 발생할 동북아의 안보 공백을 일본 자위대 군사력으로 메운다는 구상이 들어 있으며. 부시 행정부 출범 이전에 이미 미국 군사 전략가들 사이에는 주한 미 지상군의 미래에 대한 합의가 준비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 한 것이다.

 

그리고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2001년 2월6일 국방부 최종평가국 평가분석관이자 전략가인 앤드루 마셜에게 미군 쇄신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을 때. 그가 만든 ‘마셜 플랜’은 매우 파격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럼스펠드가 마련한 미국의 신국방정책 4원칙 중에는 ‘해외 기지 등 전방배치 전력 감축’과 ‘군사 기동성 강화 및 경량화’가 들어 있었다. 전진배치되어 있는 미군을 후방으로 이동해 놓고 세계 어느 곳이라도 즉각 투입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춘 경량화된 부대로 개편한다는 안이었다.

 

이런 구상은 적국의 공격무기가 더욱 대량파괴적이고 정밀해지고 사정거리가 길어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며, 이런 국면에서 지금처럼 기동성이 낮고 기습공격에 취약한 기지 중심의 미군 부대를 그냥 둔다면 미군 병사의 안전을 지키기 힘들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 결과 그들은 파주, 의정부, 동두천의 미군은 후선으로 이동하고, 용산의 경우도 논란 끝에 방사포 사거리를 벗어나는 지점, 즉 최소 오산이나 ,평택 지역까지는 물러 날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리고 그 다음의 수순은 의정부,파주, 동두천중에서 미군이 후퇴할 경우 가장 활용도가 높은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었지만 그 문제는 쉽게 결론이 났다.

 

고속도로와 서울의 남북축을 잇는 강변도로를 연결하고, 개성과 닿으며, 인천에서 가깝고 경의선 개발과 맞물릴 수 있는 곳은 바로 파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결론은 파주와 용산일대의 부동산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으로 결론 지어졌고, 이후 실제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결국 그 판단은 얼마지나지 않아 대단한 성과로 이어졌다.

 

이 그룹은 이렇게 주식에서, 부동산, 그리고 지금은 금에 대한 관심까지 상황과 맥락에 따른 투자판단을 하고 있다.

 

다시 이들의 금에 대한 관심을 들어보자. ‘지난 10년간 모든 투자자산의 가치가 상승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았던 자산은 금이다. 이유는 금은 인플레와 달러가치에 대한 헤지 성격을 띄고 있으며, 더구나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거나, 투자자들이 도취보다는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유효한 수단이다,

 

비록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으로 금 수요가 늘어난 것이 금 가격의 상승을 이끌어 내기는 했지만, 그것은 지난 10년간 누적복리 금리수익 이상의 가격 상승은 없었다. 결국 금은 미국 시장에 대한 불안과 화폐가치에 대한 불안이 증대 될 때 가장 유효한 투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계시장은 단기적인 부담은 존재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추세에서 변동성이 낮았고, 저 인플레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과 인도의 임금상승과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 부동산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가 만연해 있으며, 달러 가치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각국즹 중앙은행은 금매도보다 보류를 선택 할 것이고, 그동안 억제되었던 인플레이션은 중국과 인도의 소비심리의 증가와 함께 폭발 할 것이다. 다만 그 시점이 문제 일뿐 현재로서 금이상의 자산가치를 가지는 투자 대상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연초부터 부동산에 대한 이익실현과 아울러, 금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고, 그들의 판단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향후 5-10년이 지나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주식시장에서는 ‘거래’가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상당한 수의 바이오벤쳐 기업에 투자했고, 그 역시 결과는 상당기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투자판단을 들으면서 ‘투자자의 영감은 예술가의 그것과 같다’ 혹은 ‘투자는 예술이다’와 같은 말을 떠 올리게 된다.

 

여기서 투자를 ‘예술’ 이라고 평하는 본래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투자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다. 우리는 대개 ‘투자 invest’와 ‘거래 trading’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는 투자자가 타인과 다른 안목과 영감을 가지고, 자신의 자산을 거대한 레버리지에 의탁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거래는 물리적 해법과 감각에 의지하여 차익을 취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진정한 투자자’의 조건은 무엇인가?

 

먼저 투자자는 ‘돈’, 혹은 ‘자산‘이라는 맥락을 살피는 사람이다. '진정한 투자자'는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채권과 같은 수단에 몰입하지 않고, 돈이 흐르는 방향을 관찰하고, 그것이 내쳐 달리는 물길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간에 자신이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수단에만 몰두한다.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에, 주식 전문가는 주식시장에만 모든 관심을 쏟고, 돈 자체의 흐름에는 둔감하다.

 

하지만 진정한 투자자는 다르다, 그들은 돈의 흐름을 주시하여 ‘결’을 이해하고, 결을 따라 움직인다. 그들이 빼어든 칼은 옹이를 베지 않고, 결을 따라 베며, 그들이 탄 배는 바람을 거슬리지 않고 물결을 따라 운항한다. 그들에게 투자는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지,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오로지 그 순간에 합당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바로 ‘예술’과 ‘기술’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