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여름 한때 / 천양희 본문
비 갠 하늘에서
땡볕이 내려온다
촘촘한 나뭇잎이
화들짝 잠을 깬다
공터가 물끄러미
길을 엿보는데,
두살배기 아기가
뒤뚱뒤뚱 걸어간다
생생한 생(生)!
우주가 저렇게 뭉클하다
고통만이 내 선생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몸 한쪽이 조금 기루뚱한다
바람이 간혹
숲 속에서 달려나온다.
놀란 새들이 공처럼
튀어오르고,
가파른 언덕이 헐떡거린다
웬 기(氣)가 ― 저렇게 기막히다
발밑에 밟히는 시름꽃들,
삶이란
원래 기막힌 것이라고
중얼거린다
나는 다시
숨을 쉬며 부푼다
살아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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