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흔들의자 / 김수우 본문
돌아가자마자 흔들의자부터 사야지
언제든 앉으면
저절로 몸이 흔들리는 의자
달개비 같이 서러워도
한순간 심연처럼 깊어지는 의자
거미줄처럼 복잡해도 단박에 고요해지는 거야
쿠바는 흔들의자였다
집집마다 계단 같은 흔들의자가 있다
열 개씩 가진 자, 그 뒷길
칠 벗겨진 가난한 문가에도 두개씩은 놓였다
튼튼한 것도 있고 삐걱이는 것도 있지만
모든 틈들이 거기 앉아 흔들거렸다
부러웠다
의자에서 춤과 노래 흔들흔들 자랐구나
의자 가득 하느님들이 술렁이는구나
하느님은 춤을 추는 자, 흔들의자는 야릇한 신을 기르는 구나
한 번도 제대로 흔들리지 못했다
바다를 입은 파도처럼 산그늘 입은 후박나무처럼
흔들, 흔들거리자
죽음도 삶도 모두 춤이어야 하니
죽은 자도 산 자도
출렁이는 바람이어야 하니
십년을 돌고 돌면서
아직도 사지 못했다
낡은 제단에서 태어난
하느님들 아직도 나를 기다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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