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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악몽 / 헨리 퓨젤리

난자기 2015. 12. 23. 20:38


제작배경

1781년 제작된 퓨젤리(Henry Fuseli, 1741-1825)의 <악몽(The Nightmare)>은 그의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로, 1782년 런던 로열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London)에서의 전시는 유명세를 타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악몽>은 판화로 제작되어 널리 보급되었고, 정치적 풍자로 패러디 되었다. 이후 퓨젤리는 세가지 이상의 다른 버전으로 <악몽>을 작품화 하였다. <악몽>은 퓨젤 리가 연모했던 여인 안나 란돌트(Anna Landolt)에 대한 복수의 환상으로 읽혀진다. 안나 란돌트는 취리히의 관상학자()이자 퓨젤리의 친구인 요한 라바터(Johann Caspar Lavater) (1741-1801)의 조카이다. 퓨젤리는 그녀와의 결혼 성사를 위해 1779년 스위스를 방문하였으나 그녀의 부모에게 거절당하였다. 퓨젤리는 그의 꺾여진 사랑과 슬픔을 악몽이란 소재로 작품 속에 형상화한 것이다.

조형적 특징

말과 침팬지 모습을 한 악마의 상징은 퓨젤리 자신의 경험을 비롯하여 당대 독일 민속 우화와 관련이 있다. 혼자 잠드는 남성에게 말이나 마녀의 자식이 찾아와 고통을 주며(hag-riding and mare-riding, 악마가 내달림, 말이 내달린다는 뜻이 있다), 혼자 잠드는 여성은 악마에게 소유되어 그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악몽은 사람이 수면 중 느끼는 가슴의 압박과 관련된 증상으로, 퓨젤리는 이를 말(mare)과 쭈그리고 앉은 악마 묘사를 통해 형상화 하였다.

작품 속 여인으로 추측되는 안나는 퓨젤리의 실패한 사랑, 절망감에 대한 알레고리로 해석된다. 안나는 시체처럼 축 쳐져 몸을 못 가눈 채 늘어져 있다. 밝게 채색된 여인의 형상과 어두운 빨간색과 노란색, 고동색 배경의 명암 대비는 빛과 어둠의 강한 대조 효과를 낸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실내에는 작은 테이블과 거울, 유리병, 책들이 있다. 커튼 사이로 대담하게 얼굴을 내민 말은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다. 하얀 잠옷에 드러나는 안나의 순결은 그녀의 가슴 위에 악마의 짓누르는 무게에 짓눌려 있다. 이 악마의 얼굴은 어렴풋이 퓨젤리를 연상케 한다. 작품 속에서 소름 끼치는 모습으로 관람객을 응시하는 악마의 시선은 궁극적으로 발 밑의 여인을 정복했음을 나타낸다. 퓨젤리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그녀를 침몰시키고 그녀의 숨을 거뒀음을 의미하고자 했다.

미술사적 의의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악몽>은 자가적 정신분석이자 풍부한 낭만적 에로티시즘의 표현이다. <악몽>은 작가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프랑케슈타인(Frankenstein)>과 애드거 엘런 포우(Edgar Allan Poe)의 <어셔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등의 문학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그의 작품은 동시대 여느 작품보다 역동적이고 모험적이었다. 또한 이미 오래 전에 현대의 감상자로 하여금 인간 심연의 기억과 욕망을 대면할 수 있도록 한 기념비적 작가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악몽 [The Nightmare] - 존 헨리 푸셀리 (wikimedia commons, 위키미디어 커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