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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호의 뗏목 / 테오도르 제리코 본문
메두사 호의 뗏목©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출처: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네이버 지식백과] 메두사 호의 뗏목 [Le radeau de la Méduse] - 테오도르 제리코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젊은 나이에 낙마 사고로 요절한 프랑스 낭만주의의 천재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의 주요 작품은 세 점에 불과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프랑스 낭만주의 미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제리코는 인간의 감정과 정치적‧사회적 부조리에 반항하는 작품을 제작했고, 이는 그의 대표작 <메두사 호의 뗏목>을 통해 잘 나타난다. 제리코가 27세의 나이에 제작한 이 그림은 신고전주의의 영웅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실제 일어난 비극적인 조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그림은 전통적인 역사화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처음으로 당대의 사건에서 진실을 포착했고, 낭만적인 감수성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된 주제는 고요하고 정적인 질서가 지배적인 신고전주의와의 결별을 알리고 있다.
이 사건은 열정적인 젊은 화가인 제리코를 매료시켰고, 그는 이 사건을 주제로 한 작품을 1819년 살롱에 출품하기로 했다. 제리코는 긴 시간 동안 철저한 조사와 수많은 사전 작업을 하면서 그림의 구성을 준비했다. 그는 기록을 모으고 생존자들을 만나 면담하면서 이들 중 몇몇을 모델로 고용했다. 그는 정신 병원에 가서 광인들을 관찰했고, 시체 안치소와 병원을 찾아 죽어가는 사람과 이미 죽은 이들의 몸 색과 질감을 직접 보며 연구했다. 심지어 제리코는 메뒤즈 호의 목수를 고용해 실제 크기의 뗏목을 제작했으며, 밀랍으로 모형을 만들기까지 했다. 이런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제작된 그림은 충격적이리만치 강렬하고 끔찍했으며, 처참한 세부까지 정확했다.
<메두사 호의 뗏목>은 생존자들이 13일간의 표류 뒤에 수평선 멀리 구조선을 발견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뗏목은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위로 솟구쳐있고, 돛은 바람에 부풀어있다. 관람자는 뗏목을 내려다보고 시체를 직접 대면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제 사람 크기로 그려진 거대한 그림 속의 인물들도 관람객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박진감을 강조한다. 화면의 인물군은 그림의 왼쪽 돛대와 먼 곳에서 지나가는 배를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흔드는 인물을 중심으로 두 개의 피라미드를 이룬다.
왼쪽 하단 전경에는 한 아버지가 무릎에 놓인 죽은 아들을 애도하는 장면이 보이고, 뗏목 가장자리에 놓인 다른 시체들은 곧 파도에 떠내려갈 듯하다. 중앙의 인물들은 방금 구조선을 보았고, 한 사람이 이를 다른 이에게 가리킨다. 오른쪽 상단에 있는 흑인 선원은 빈 술통 위에 앉아 구조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손수건을 흔들어댄다. 시선은 전경의 누운 시체에서부터 중앙의 생존자들의 몸을 따라 차츰 대각선 오른쪽 위로 올라가 마지막으로 오른쪽에 선 남자가 흔드는 천에 도달하면서 감정도 점점 고조된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갈색조인데, 제리코는 이것이 비극과 고통을 효과적으로 암시한다고 보았다. 인물들의 창백한 신체는 카라바조 풍의 강한 명암법으로 잔인한 운명을 강조한다. 어떤 이들은 구조선을 향해 희망 어린 손짓을 하지만, 절망한 다른 이들은 무감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런 대조적인 인물들의 감정은 제리코의 작품에 흐르는 낭만주의적 영감을 반영한다. 제리코가 기대한 것처럼 <메두사 호의 뗏목>은 1819년 살롱에 출품하면서부터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비평가들은 주제의 공포와 끔찍함에 매료되거나, 시체더미를 묘사한 것에 대해 혐오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논쟁조차 제리코의 명성을 높였고, 이 작품을 프랑스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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