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손님 본문
내가 사는 산에 기댄 집, 눈 내린 아침
뒷마당에 주먹만한 발자국들
여기저기 어지럽게 찍혀 있다
발자국은 산에서 내려왔다, 간혹
한밤중 산을 찢는 노루의 비명을
삼킨 짐승일까
내가 잠든 방 봉창 아래에서 오래 서성이었다
밤새 내 숨소리 듣고 있었는가
내 꿈을 다 읽고 있었는가
어쩐지 그가 보고 싶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몸을 숨겨 찾아온 벗들의 피묻은 발자국인 양
국경을 넘어온 화약을 안은 사람들인 양
곧 교전이라도 벌어질 듯이
눈 덮인 산은 무섭도록 고요하다
거세된 내 야성에 피를 끓이러 왔는가
세상의 저 비루먹은 대열에 끼지 못해 안달하다
더 이상 목숨의 경계에서 피 흘리지 않는
문드러진 발톱을 마저 으깨버리려고 왔는가
누가 날 데리러 저 머나먼 광야에서 왔는가
눈 덮인 산은 칼날처럼 고요하고
날이 선 두 눈에 시퍼런 불꽃을
뚝뚝 떨구며 그는 어디로 갔을까
백무산,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