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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3 / 최승호 본문

오징어3 / 최승호

난자기 2016. 2. 24. 18:16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ㅡ최승호, 오징어3 ㅡ





01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 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01-1
그 오징어 부부는
싸울때
서로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


01-2
그 오징어 부부는
다리가 뒤엉킨 채
징하고 징그러운 세월을 살아왔다


01-3
그 오징어는 죽을때
혼자 다리로 얼굴을 감싸고 울지 모른다


01-4
눈이 축구공만한 초대왕 오징어는 길이 9미터의 허무를 끌고 캄캄한 심해의 고요 속을 돌아다닌다,
라고 눈 오는 밤 백지에 쓴다


- 최승호, 그 오징어 -



과연 사랑 속에 많은 기 숨어 있네
01 - 애증
01-1 - 상처
01-2 - 체념
01-3 - 회한
01-4 - 허무


- 작당이생각 -



내친 김에 최승호 시인의 북어도 한마리 먹어본다


 - 북어(北魚) , 최승호 -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쟁을 하던 경상도 사람과 함경도 사람이 만났다
함경도 사람이 밀봉을 한 비밀 편지를 경상도 사람에게 건네주자 경상도 사람이 말했다.
"이게 뭐꼬"
 함경도 사람이 대답했다
"뭐꼬가 무시기?"
다시 경상도 사람이 대답했다.
"무시기가 뭐꼬?"
"뭐꼬가 무시기?"
이렇게 서로는 한나절 묻기만 하였다고 한다. - 난자기 -


끝으로 허무개그  한토막 .. 디저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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