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늙은 꽃 / 문정희 본문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대신
향기라니
ㅡ문정희, 늙은 꽃ㅡ
"다 써버리고 나면 무엇하지"
하는 걱정따윈 이제 떨쳐버리자
지금 살아오면서 다 써버린게 있었던가?
비움이 채움보다 향기롭다는 것을
아름다움(美)를 아는 종족이 몸으로 말하지 않는가?
아낌없이 살며
아낌없이 사랑하며
아낌없이 미쳐보자
분별하려 하지 말고 .. 난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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