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늙은 꽃 / 문정희 본문

늙은 꽃 / 문정희

난자기 2016. 2. 25. 20:28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대신
향기라니

ㅡ문정희, 늙은 꽃ㅡ





"다 써버리고 나면 무엇하지"

하는 걱정따윈 이제 떨쳐버리자

지금 살아오면서  다 써버린게 있었던가?

비움이 채움보다 향기롭다는 것을

아름다움(美)를 아는 종족이 몸으로 말하지 않는가?

아낌없이 살며

아낌없이 사랑하며

아낌없이 미쳐보자

분별하려 하지 말고 .. 난자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썹이라는 가장자리 / 김중일  (0) 2016.03.01
허물의 안쪽 / 이태균  (0) 2016.02.28
오징어3 / 최승호  (0) 2016.02.24
사랑 / 고은  (0) 2016.02.23
달북 / 문인수  (0) 201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