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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 차창룡 본문

길 위에서 / 차창룡

난자기 2016. 11. 23. 12:35

오늘도
길을 잃었다
상도동으로 간다는 것이
가다 보니 왕십리였다
길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커다란 법인가
조금 잘못 들면
엄청난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길은 아무 말 없이
우리만을 고생시키고는,
자기는 추호의 잘못도 없다는 듯이
아예 변명도 하지 않는다
인간은
수천 수만 년 동안
얼마나 많은 길을 만들어왔던가
그 길은
우리를 먹여 살렸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길에 억압당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우리에게 고스란히 짐을 지운다
그렇다고 길을 만들지 않을 수도 없다
우리는 가야 하고, 가야 하기에
길을 만들어야 한다
길을 만들다 보니 길이 길을 만든다 그리하여
길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있기에 사실은 없다
없는 길만이 무수히 많다
우리는
그 없는 길을 법으로 삼아
세상을 살아간다
윤회의 슬픈 법칙이다.

ㅡ차창룡, 길 위에서...중
길 위에서ㅡ



朝聞道夕死可矣

아침에 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道는 없기 때문에 저녁에 안 죽어도 된다

없는 道를 道로 삼아 세상을 산다

色은 곧 空이니

물질이라고 반드시 실체를 가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치가 꼭 인과법칙에 국한된것이 아니로대

세상이 부조리하게 보일지라도

공자의 길을 쫒으려고 바둥거리지 말고
구속받지 말며,

두려워하지도 말고,

탐닉하지도 말고

없는 길을 벗삼아 살찌니

이것이 내가 자유인인 이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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